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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정중 공부를 어느 정도해야 동중 공부로 들어갈 수 있는가
관리자  2012-04-09 12:15:12, 조회 : 1,725, 추천 : 363

1. 정중공부를 어느 정도 해야 동중공부로 들어갈 수 있는가?

마조 선사는 “평상한 마음이 도다(平常心是道)”고 했다. 밥 먹고 일하고 잠자는 평상시의 마음 속에 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천발회통天鉢懷洞 선사도 “불법은 나날이 생활하는 곳에 있다. 거닐고, 머물고, 앉고, 눕는 곳에 있다. 차 마시고 밥 먹는 곳에 있다(佛法在日用處 行住坐臥處 喫茶喫飯處).”하고 한 것이다.

화두를 들고 공부할 때도 이렇게 일상생활의 시끄러운 곳에서 화두가 또렷또렷하게 들려야 제대로 된 공부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발심이 잘 되어 있다면 그 조건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발심이 됮 않은 상태에서 초심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일을 하면서 화두를 제대로 들기란 쉽지 않다. 초심 수행자는 고요하고 정갈한 곳에서 모든 잡념을 버리고 발심을 일으켜 간절하게 화두를 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생활하면서 부딪치는 갖가지 일에 마음을 빼앗기기 쉽다. 이렇게 되면 마음은 항상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좌불안석이 된다.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의 마음이 이렇게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원숭이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밖으로 밖으로만 치닫고 있다. 바쁜 삶은 사람이나 일에 대하여 정성과 관심을 쏟을 수 있는 힘을 분산시킨다. 또 사람들은 내가 있다는 착각에 빠져 이기심만을 내세우면서 갈등하고 대립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 새 죽음의 문턱에 이르면 이내 정신을 잃고 혼미하고 아득해지고 만다.

우리의 마음은 이렇게 무의미한 혼란 속에 길들여져 왔다. 그렇기에 우선은 고요한 곳에서 마음을 안정시켜 화두에 마음을 둘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거침없이 날뛰는 광기와 혼란스러운 중생의 병을 고요한 마음으로 잡아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요한 장소에서 화두를 들고 간절하게 의심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화두를 놓으려 해도 놓을 수 없고 버리려 해도 버릴 수 없게 되었을 때 고요한 곳에서 마음이 한결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게 된다. 이것을 일러 ‘정중공부靜中工夫'라 한다.

고요한 곳에서 공부가 한결같이 되면 시끄러운 곳으로 나아가 공부힘을 더욱 키워야 한다. 이것을 ‘동중공부動中工夫'하고 한다. 대혜선사는 『서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평소 고요한 가운데 공부해 나가는 것은 시끄러움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진짜 시끄러울 때 그 시끄러움에 휘둘리게 된다면 도리어 평소에 고요한 가운데 공부를 안 한 거나 마찬가지이다.-

平昔 做精勝工夫 只爲要支貴箇鬧底 正鬧時 却被鬧底 聒擾自家方寸却似平昔 不曾做精勝工夫一般耳

-「書狀」「答劉通判(二)」

화두가 고요한 곳에서는 빈틈없이 잘 들리다가 시끄러운 곳에서 끊어지거나 희미하게 될 때가 있다. 이럴 때에는 시끄러운 곳에서 더 바짝 애를 써서 지극하게 밀고 가면 고요한 곳이나 시끄러운 곳 관계없이 동죙靜에 끊이지 않고 한결같은 공부 경지를 이룬다. 이를 동정일여動靜一如라 한다. 동중공부와 정중공부는 어떤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정중공부를 하다가 힘이 생기면 바로 동중공부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화두가 끊어지지 않을 때를 비로소 동정일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발심이 항상 유지되면 동과 정이 서로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잘 알아두어야 한다.

대혜선사는 시끄러운 곳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하여 이렇게 강조한다.

-세간의 번뇌는 활활 타는 불과 같으니 그 불길이 어느 때나 멈추겠는가. 시끄러운 곳에 있어도 대나무 의자와 방석 위에 않아 공부하는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소 고요한 곳에 마음을 두는 까닭이 바로 시끄러운 곳에서 힘을 얻지 못했다면 거꾸로 이는 고요한 곳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世間塵勞 如火熾然 何時是了. 正在鬧中 不得忘却竹倚蒲團上事. 平昔 留心靜勝處 正要鬧中用. 若鬧中 不得力 却似不曾在靜中做工夫一般. -「書狀」「答曾待郞(四)」

만약 고요한 곳을 옳다고 하고 시끄러운 곳을 그르다고 여기면 이것은 세간의 생활을 없애고 실상實相을 찾으려 하는 것이며 생멸을 떠나서 열반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고요할 때 공부가 잘 되어야 시끄러울 때도 변함없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다. 그리고 화두 드는 것이 좀 익숙해지면 시끄러울 때가 고요할 때보다 오히려 공부에 힘을 더 얻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진실로 일상생활 속에서 공부가 되고 이 때 힘을 얻어야만 참다운 수행자다. 나아가 시끄러울 때나 고요할 때나 어디에도 치우침 없이 공부가 순일하게 이어질 때 진정한 공부인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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